서쪽으로는 군도와 바다, 동쪽으로는 가장 거대한 사막과 그 너머의 땅에 이르기까지.
대륙 전부를 통일한 제국에게 더 이상 외부의 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강대한 국가가 내부로부터의 분열을 경계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황실을 중심으로 한 제국 상층부가 완벽히 통제하거나 제어할 수 없는 힘과 기술, 혹은 그에 준하는 것을 손에 넣은 세력은 전부 위험 요소로 규정되어 견제의 대상이 되었으며,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로는 100여년 전, 제국 내에서 금기의 상징이 되어 멸절당한 연금술사들이 있다.
마법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제국 상층부가 이전부터 연금술사를 눈엣가시처럼 여겨왔음이 널리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마법 역시 건국 초기의 황실로부터 주도적으로 견제되어왔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정보가 통제된 것 역시 그 이유 중 하나이나, 그 무렵의 마법사들이 이미 대다수의 사람에게 허구의 존재로 잊혀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실되어버린 낡은 책들을 사냥하며 진리를 추구하는 이들은 특유의 폐쇄적인 성향으로 인해 자신들만의 성지인 도서관에 칩거하여 세상으로부터 멀어졌고, 별무리에게 영감을 받으며 음악으로 미래를 예견하는 자들은 유랑을 일삼으며 대륙 전역을 떠돌기에 결속력이 모래알보다도 못했으니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으며, 이미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추고 이야기로만 남은 존재들은 그 진위조차 불분명했다.
그렇기에 제국은 그 모든 것을 제외한, 명확한 구심점이 있는 유일한 세력의 와해를 꾀했다. 여덟 명의 왕으로 칭송받는 강력한 별들을 숭상하며 그들의 총애를 받는, '아스트랄' 혹은 '왕의 총아' 라는 호칭을 지닌 마법사 집단이 그 대상이었다. 제국의 회유책은 성공적이었고, 아스트랄은 친 제국과 반 제국파로 분열되어 각기 다른 왕을 상징하는 8개의 탑 아래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게 마법사들은 은거하였고, 마법은 동화, 혹은 미신의 영역에 자리잡았다.
그러나, 기만과 은닉의 주인이자 아홉 번째 왕, 플로타의 탑에서 변화는 시작되었다.
마법의 보편화를 꾀한 플로타의 47대 탑주 아멜리 실버텅이, 마도구의 제조에 성공한 것이다.